2년전 의성을 찾았을 때, 의성에도 수제맥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게 주인께서 자신있게 흑마늘 즙을 뜯으며 C 브랜드의 맥주에 부어주려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때의 놀라운 경험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지역맥주를 만들고자 강하게 마음 먹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경북 의성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입니다. 위기는 기회라 생각하고 경북도와 의성군은 다양하고 과감한 청년지원 정책을 시행중이지요. 그 덕분에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수제맥주 공방 ‘호피홀리데이’를 오픈하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많은 분들이 걱정이 많으셨어요. 도시에서도 쉽지 않은 데 시골에서 창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요.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양조취미가 본업이 되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성취와 보람이 크고, 시골의 작은 공방을 사랑해주시는 지역민과 먼 곳 까지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성에 자리 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산 홉의 가치를 알고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중인 홉이든 농장 때문이에요. 맥주는 모든 재료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수입의존 품목들의 ‘원자재 공급난’과 그로인한 가격급등이 반도체, 요소수 등 끝없는 연결고리를 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맥주재료의 순수국산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한 걸음을 떼 보려합니다. 의성에서 자란 홉으로 만든 수제맥주.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맥주가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가장 자연스럽고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고자 했어요.
‘가치를 마시고, 경험을 나누다’라는 저희의 슬로건 처럼,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가치를 마시고 경험을 나누기 위한 콜라보레이션. 그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의성라거(Uiseong Lager)는 의성 홉을 사용하여 다가올 봄, 여름의 계절에 어울릴 만한 청량감과 시트러스한 풍미를 가진 라거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방문전 해당 펍에 재고 문의하시고 방문해주세요.
* 유통문의는 ‘호피홀리데이’로 연락주세요.
■ 온도변화, 결빙, 충격, 직사광선을 피해 냉장보관해주세요.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에 수 많은 벽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계신 홉이든 농부님들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 온종일 양조에 힘써준 끽비어컴퍼니 브루어팀 대용씨와 재성씨, 충원씨, 홍준섭 대표님 그리고 끽 크루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국내 홉 농업의 역사는 맥주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구한말 북한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홉은 6.25 이후 남한에서도 재배되었으며, 1980년대엔 건화 기준 460톤에 달하는 생산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시대적인 배경과 생력화의 한계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홉은 이땅에서 사라지고 국산 맥주는 전량 수입홉을 사용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경북 의성의 홉이든 농장을 필두로 홉재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호피홀리데이와 끽비어 컴퍼니를 통해 ‘의성라거’를 출시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난 재료로 수제맥주를 만드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수제맥주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수제맥주는 단순히 음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맛과 풍미를 즐기고 맥주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나아가 디자인과 문화를 전파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성라거의 탄생으로 맥주 원재료의 국산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 증가를 통해 다시 한번 로컬을 돌아보며 삶의 쉼표를 가져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로컬은 당신에게 멀지 않습니다. 마시는 기쁨을 누리고, 로컬을 찾아 응원합니다. 수제맥주는 좋은 사람과 사람, 도시와 로컬을 이어줍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서포트 로컬!